무의식이라는 우주: 어린 시절의 신경가지들이 만드는 의식의 지도
무의식이라는 우주: 어린 시절의 신경가지들이 만드는 의식의 지도
우리는 흔히 무의식을 의식의 ‘아래’에 있는 것처럼 말한다. 마음의 빙산에서 수면 아래 감춰진 거대한 덩어리처럼. 그러나 그것은 틀렸다. 무의식은 의식의 아래가 아니라, 의식의 전체 틀이며, 동시에 최상위 구조다. 의식은 무의식이라는 대양 위에 떠 있는 작은 파도일 뿐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의식은 무의식이라는 땅 속에서 자라는 나무의 한 가지다.
어린 시절, 갓 태어난 뇌는 미완의 지도와 같다. 1살에서 5살 사이, 이 지도 위로 수많은 갈래길이 만들어진다. 이는 마치 작은 식물의 새끼줄기처럼 연약하지만, 이후 평생을 이끌 굵은 신경다발의 초거시적 설계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이때 아이가 느끼는 감정, 특히 울음으로 표출되는 진짜 괴로움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각인이자, 뇌 전체에 ‘여기가 위험하다’는 지도를 새기는 불의 촉매다. 부정적 감정이 강력하게 기록되는 이유는, 그것이 생존의 직결 문제였기 때문이다. 폭력이나 공포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아기의 뇌는 마치 전쟁터를 그린 한국전도처럼, 전체가 활성화되며 무의식이라는 지도를 조선시대 고지도사들이 한반도를 그리듯 극도의 정밀함과 오랜 시간에 걸쳐 새긴다. 그런데 그 지도는 한 번 그려지면 평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길을 안내한다.
반대로, 어릴 적 클래식 음악이나 엄마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반복적으로 자극된 뇌는 어떤가? 그 소리는 특정 신경가지를 자극한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그 신경가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오래된 참나무의 굵은 가지처럼 다른 신경다발보다 월등히 두꺼워진다. 물리적으로 더 굵어진 신경로에는, 더 높은 전압과 더 강한 전류의 뇌파가 흐른다. 이 고전압·고전류의 뇌전류는 단순히 그 가지 하나만 활성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마치 거대한 전력망처럼, 그 강력한 흐름은 뇌의 먼 곳까지 퍼져나가 전뇌(全腦)를 하나의 불꽃처럼 휘감는다.
성인이 되어 우연히 그 클래식 곡을 다시 듣는다고 상상해보라. 혹은 오래전 잊고 지냈던 엄마의 목소리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고 상상해보라. 그 순간, 어린 시절 그 굵게 자란 신경가지가 전뇌를 켜는 스위치가 된다. 당신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다. 그 음악 속에서 어린 시절의 공기, 온기, 그리고 존재의 전율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무의식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뇌 전체를 사용해야만 그 흐릿했던 무의식의 흔적을 비로소 의식의 빛 아래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엄청난 취약성도 존재한다.
만약 그 전뇌 자극의 핵심이 엄마의 목소리였다면? 엄마의 목소리는 아이에게 하나의 ‘우주’였다. 그 목소리는 아이의 뇌지도 전체를 활성화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그 엄마가 사망한다면? 아이의 내면에 그려진 한국전도는 지도를 잃은 것이 아니라, 지도를 움직이는 태양을 잃은 것이다. 목소리라는 자극이 사라졌을 때, 그 거대한 무의식의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게 된다. 무너지는 것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가 무너지는 것과 같다. 더 이상 전뇌를 하나로 묶어줄 ‘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평생 그 상실을 ‘전뇌적’으로 경험하며 살아간다.
결론적으로, 무의식은 우리가 의식의 발 아래 있다고 믿는 그림자가 아니다. 그것은 의식이 살아 숨 쉬는 대기 자체다. 어린 시절, 우리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이 대기의 흐름을 만든다. 그때 만들어진 굵은 신경가지는 우리가 성인이 되어 선택하는 음악,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 두려움과 환희의 순간마다 우리 뇌 전체를 환하게 밝히거나 어둡게 가둔다.
위대한 예술이나 역사에 남는 통찰은, 바로 이 ‘무의식이 최상위 구조임’을 깨달은 자에게서 나온다. 그들은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대신, 자신의 어린 시절이라는 우주를 여행하는 법을 아는 자들이다. 그 여행에서 얻은 지도는, 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 지구 전체의 지도와 같아서, 평생을 걸려도 완성할 수 없지만, 그 한 획 한 획이 곧 삶의 전부가 된다.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느끼는 어떤 미세한 떨림, 그것이 바로 당신 무의식의 굵은 신경가지를 타고 흐르는 전뇌의 전류다. 당신의 어린 시절이 지금, 여기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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