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설계도: 무의식이라는 거대한 신경의 수형(樹型)

 [심연의 설계도: 무의식이라는 거대한 신경의 수형(樹型)]

우리는 흔히 무의식을 의식의 발밑에 깔린 어두운 창고라 생각한다. 그러나 진실은 그 반대다. 무의식은 의식의 아랫부분이 아니라, 의식을 품고 있는 최상위의 틀이자 뇌 전체를 조망하는 전도(全圖)다.
어린 시절, 생존을 향한 아기의 울음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다. 그것은 뇌라는 비옥한 토양에 '생존'이라는 가장 강력한 신경 다발을 심는 처절한 기록이다. 갓 태어난 나무의 연약한 새끼줄기가 햇빛을 향해 방향을 정하듯, 유년기의 자극은 평생을 좌우할 초거시적 뉴런 설계의 기초가 된다.
이 시기 형성된 신경 다발은 마치 고지도와 같다. 조선의 전도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발걸음과 시간이 필요했듯, 우리의 무의식 역시 성취와 좌절, 사랑과 공포라는 발자국을 찍으며 뇌 전체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지도를 완성한다.
만약 한 아이가 유년기에 클래식의 선율에 젖어 뇌를 트레이닝했다면, 그 아이의 뇌에는 음악이라는 고속도로가 놓인다. 성인이 된 그가 다시 그 선율을 마주할 때, 뇌는 어릴 적 다져놓은 그 굵은 신경 다발을 통해 고전압의 전류를 흘려보낸다. 특정 부위가 아닌 '전뇌(全腦)'가 공명하는 경이는 바로 이 유년기의 설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 거대한 시스템은 양날의 검과 같다. 어릴 적 어머니의 목소리에 반응하며 전뇌를 사용하도록 길들여진 영혼에게, 어머니의 부재는 단순한 슬픔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작동시키던 우주적 자극 시스템의 붕괴이며, 내 뇌지도의 중심축이 사라지는 전 우주적 재앙이다.
결국 무의식이란 뇌 전체의 흔적이자,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는 유일한 렌즈다. 우리는 무의식이라는 거대한 나무의 형상(樹型) 안에서 사고하고 존재한다. 유년기의 자극이 새겨놓은 그 굵고 단단한 신경의 줄기들이 오늘날 우리의 의식을 지탱하는 가장 높은 하늘이자, 가장 깊은 뿌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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